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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시 몇수 소개

신풍 2022. 10. 8. 18:13

가을 황국화 / 인송 박정웅

아지랑이 손, 두견새 소리

몸통 속에 삼키고

소낙비, 천둥소리로

키를 늘리며

인고(忍苦)의 강을 두 번 건너

가을 여인으로  비로소 여기 서있는  당신.

 

청자 빛 하늘도 들어 올린

계절의 놀라운 카리스마.

황금 단지 속 꿀 향기

시나브로 꺼내주고

산야에 찬 서리 휘저을 때

홀로 서서 노란 웃음 짓는

수절(守節)꼬리표가 미쁘다.

 

당신 얼굴 보고 싶어

서성거리면

맑은 웃음 송이송이

노란별 되어

사뿐히 마음 정원에

내려앉으며

동장군 그림자가

어른거릴 땐

~ 언 길 떠난다

안타까운 속삭임.

 

 

 

남한산성 가을 등산길 / 인송 행박.시인 박정웅

정담(情談)

켜켜이 쌓인 산책로 곁엔

여름옷 훌훌 벗어 던진

나무들 어깨에 앉아

먹이 받아먹고

등산객과 벗하다가

아쉽게 떠난 산새의

고운 눈망울 여운들.

 

병자호란 치욕을

몸통 속에 삼킨 노거수들

세월 무게에

목이 굽어 서 있고

가을 햇살을

온몸에 도배한 단풍잎들

노란 추억, 붉은 그리움을 

토해내며

아장아장 내려앉는다.

 

다정히 도란도란

하산하는 등산객들

발아래 산사(山寺)

은은한 풍경소리 들으며

오늘 하루 웰빙 산책에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엔돌핀 자락이 온몸을  휘감는다.

 

 

 가을 갈대의 노래 / 시인 수필가 인송 박 정 웅.

 

낮달 뜬 허공이 그리워

분수(噴水)를 내뿜고 있는

마지막 숨결.

쓰러지는 몸뚱이로

이별 노래를  불러도

뿌리의 굳센 혼은

화사한 내년의 초록 꿈을

창공에 펼칠 설렘으로

희망의 노래를 쉼 없이 부른다.

 

봄날 내민 연초록 아기 손이

계절의 등을 타고 자라

마디마디에, 이파리에

비바람, 햇빛, 별빛 노래

꿀꺽꿀꺽 머금을 때마다

서걱서걱, 사르르~~

초록 기운 토하며

연속 화답했던 기쁜 노래.

 

드디어 솜털 분수

새로 터지는 가을 날

추억 보따리를

도란도란 바람결에

가득 싣고 노래한다.

황금빛 아침햇살과

진홍빛 황혼 벗 삼아

자장가를 함께 연속 부른다.

 

 

가을 비봉碑峰 등산 / 시인, 수필가 박 정 웅

 

하늘과 대화하는 시선 머문 허공에

설렘이 방망이질을 한다.

사계절 원색 바꿔 들고

과부하 영혼에

그윽한 초록 꿈을 칠해준다.

 

햇살 쥔 나뭇가지는 

가을 하늘을 핥으며

왕 옆에서 시중을 들고 있고

파란 추억, 하얀 그리움에

왕관을 씌운다.

 

버거웠던 삶의 무게

뭉게구름에 띄우고

가을 바람에 실려 오는

엔돌핀, 다이돌핀 자락들이

몸과 마음을 휘감는다.

 

** 비봉(碑峰): 진흥왕 순수비가 있는 북한산 험한 봉우리. 진짜 비석은 국립 용산 박물관에 보관하고

현재 서 있는 것은 모조품 비석이다. 친구들과 2015년 두 차례 가을 등산 후 위 시를 작시했다.

(인송 박정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