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의 AI시대의 전략] ‘디지털 재난’ 막을 MLCC 놓고 한·일 패권경쟁 치열
디지털 세상에도 댐과 도로 같은 인프라 갖춰야 재난 방지
전류의 댐 ‘적층형 세라믹 축전기(MLCC)’는 초부가가치 제품
삼성전기와 日기업 3곳이 ‘4파전’… 지면 안 될 디지털 전쟁터
1970년대 소년 시절에 강원도 홍천군에 있는 화계초등학교 바로 옆 작은 집에서 살았다. 학교 이름에 담긴 의미처럼 봄에는 진달래가 듬뿍 피어오르고, 화랑 군부대가 가까이 있고, 주변으로 흐르는 홍천강은 무릎까지 차 올랐다. 그 시절 방학이면 강원여객 버스를 타고 북한강을 따라 놓인 경춘국도를 달려 서울로 가족을 만나러 갔다. 그 시절 경춘국도는 홍천을 떠나는 가슴 먹먹한 섭섭함과 서울로 향하는 마음 떨림이 교차하는 추억의 길이다. 그때 버스는 시퍼런 춘천 의암댐 다리 위를 지나갔다. 다리 끝에서 헌병이 버스에 올라 검문했다. 아직도 북한강을 지키는 의암댐은 중력식 댐이다. 1967년 수도권 지역의 전기 공급과 용수 조절을 위해 지었다. 지금은 태풍과 홍수에 대비해서 물을 일정하게 가두어 두고, 갈수기에도 적정한 수량의 식수를 수도권에 공급한다. 그리고 경춘국도는 일제강점기에 건설한 비포장 도로로 1965년에야 비로소 포장도로로 바뀌었다. 그때 개통식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참석해 축사를 했는데, 대한뉴스 제목이 ‘뻗어가는 동맥’이었다.

지금 디지털 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 반도체와 컴퓨터 설계 연구를 진행하면서 놀랍게도 의암댐과 경춘국도의 추억이 새롭게 살아난다. 의암댐은 수도권에 물을 일정하게 공급하고, 컴퓨터 부품인 ‘축전기(Capacitor)’는 인공지능 계산에 필요한 대용량 고속 디지털 전류를 일정하게 공급한다. 축전기는 인공지능 반도체와 컴퓨터에 안정되고 깨끗한 전류를 공급하고, 전류의 범람을 방지한다. ‘디지털 재난’을 피하기 위한 ‘필수 부품’이 되었다. 자연과 추억, 그리고 디지털 설계는 이렇게 서로 관통한다.
인공지능 반도체와 컴퓨터에도 ‘의암댐’ 있어야
인공지능 반도체나 컴퓨터는 데이터 센터에 저장된 영상, 음성 그리고 텍스트 빅데이터를 이용해 인공지능망(Neural Network) 속의 변수(Parameter)를 개선해 간다. 이렇게 인공지능이 똑똑해지는 과정을 학습(Training)이라고 한다. 이러한 학습을 마친 이후 외부 입력에 반응해서 빠르고 신속한 결정을 내린다. 이 과정을 판단(Inference)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는 계속해서 2진수 행렬 계산을 한다. 그런데 이러한 디지털 2진수는 ‘1′과 ‘0′으로 이루어져 있다. 반도체 속 회로에서 ‘1′인 상태는 전류가 채워져 있는 상태이고 ‘0′인 상태는 전류가 비어 있는 상태다. 그래서 인공지능 학습과 판단 과정에는 엄청난 크기의 전류를 채우고 비우는 과정이 반복된다. 1조분의 1초 단위로 일어난다. 엄청난 전류 홍수가 일어나는 셈이다. 전류는 전자의 흐름이다. 이때 디지털 재난을 피하려면 이 전자들을 어디에 대량으로 채워 두고 필요할 때 재빠르게 전류를 공급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 부품이 바로 축전기다. 일종의 디지털 전류 댐이다. 인공지능 반도체와 컴퓨터의 안정적인 동작을 보장하고 디지털 재난을 방지하는 필수적인 인프라 부품이다. 인공지능을 위한 고성능 ESS(에너지 저장 장치)인 셈이다. 반도체와 컴퓨터의 ‘의암댐’이다. 재난에 대비한 국토 설계 원리와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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