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덮친 인플레이션에서 맞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악전고투하고 있는 사이 또 하나의 거대한 해일이 인류에게 다가오고 있다.
고령화라는 이름의 은빛 쓰나미다. 유엔(UN)은 지난 7월 발표한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에서 “2020년 세계 인구 성장률이 1955 년 이후 처음으로 1% 미만으로 떨어졌다”며 “노년층 비율이 2022년 10%에서 2050년 16%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0만명(고령화율 16.5%)에서 2030년 7400만명으로 증가하고, 2040년에는 초고령사회(고령자 비율 20% 이상)에 진입할 전망이 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고령화 문제가 벽돌 더미처럼 미국을 강타할 것”이라고 했다. 세계의 생산공장 노릇을 해온 중 국 역시 빠르게 늙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고령자 인구가 2억56만명을 돌파하며 사상 처음 고령 사회(고령자 비율 14% 이상)에 진입했다. 고령화로 인한 부작용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세계적인 경제 석학이자 인도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 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성공하면 우리는 아마 저(低)성장 세계로 돌아 갈 것”이라며 “인구 고령화와 중국의 성장 둔화, 탈(脫)세계화같이 세계 경제에 부는 역풍을 무엇으로 상쇄할 수 있을지 모르겠 다”고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는 “저출산에 따른 세계 인구 붕괴는 인류 문명에 지구 온난화보다 훨씬 큰 위험 요소”라고 주장했다. 이번 인플레 사태를 예견했던 미국 재무장관 출신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해 11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빠르 게 일본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화로 경제 활력이 사라지면서 일본과 같은 만성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작년 10월 기준 고령화율이 28.9%에 달하는 일본은 마지막 황금기였던 1980년대 이후 30여 년째 경제성장률이 0~2%대를 횡보 중이다. 돈을 풀어 인위적으로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2016년 1월부터 지금까지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하고 있지만 별 효과가 없다. 지난달 26일 세계 중앙은행장들의 경제정책 심포지엄 ‘잭슨홀 미팅’에서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임금과 물가가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상승할 때까지 우리는 통화 완화를 계속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말했다. 경기가 안 좋은데도 실업률이 낮게 나오는 현상은 고령자 비율이 높은 다른 선진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작년 기준 고령화율이 21.98%에 달하는 독일은 지난 2분기 성장률이 정체(0.0%)됐지만 실업률은 40년 만에 최저 수준(5%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고령화와 씨름하는 뉴질랜드 역시 1분기 경제가 역성장했지만, 실업률은 3.3%로 수십 년 새 최저 수준이다. 장기 침체의 대명사 일본도 지난달 기준 실업률이 2.6%에 불과하다. 가령 본스타인 교수가 미국의 16만 가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유제품 부문에서 20~34세 연령 그룹의 소비 바구니 구성 변경률은 37%에 달했지만, 65세 이상 고령 가구의 구성 변경률은 20%에 그쳤다. 나이가 들수록 위험 회피적이고 소비 패턴을 바꾸지 않는 경향이 강한 것이다. 그 결과, 미국 기업 중 설립된 지 5년 이하의 신생 기업 비율은 지난 40년간 50%에서 30%로 떨어졌다. 본스타인 교수는 “예컨대, 탄산음료 카테고리는 소비자 관성이 매우 높아 소비자가 코카콜라나 펩시만 고집한다”며 “상대적으로 더 관성적인 소비자 기반을 가진 산업에서 신규 기업의 진입률은 더 낮다”고 했다. 발목 잡힌 발전과 혁신은 이미 초고령화 국가 일본에선 만연하다. 많은 일본인들이 여전히 이메일 대신 팩스를 쓰고, 전자결재 대신 수기 결재 문서에 도장을 찍으며, 주민등록등본 발급을 위해 휴가를 내고 동사무소를 찾는다. 이른바 ‘레거시(유산) 시스템’으로, 일본의 황금기를 이룩한 단카이 세대(1947~1949년 출생)가 구축했던 시스템이 노년에도 지속적으로 이용되며 신기술 전환과 수용을 막는 것이다. 일본의 더딘 전환은 자동차 시장에서도 포착된다. 지난 2020년 7월까지만 해도 시가총액 세계 1위 자동차 기업이었던 일본 대표 기업 도요타는 전기차 전환에 힘쓰기보다 하이브리드 모델 등 내연기관차와의 공존 전략만 추구하다가 끝내 테슬라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는 “일본화의 가장 큰 문제는 안일함이 만성화되며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령화는 자산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보수적인 투자 문화가 보편화하면서 주식 같은 위험자산 대신 예·적금이나 채권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다. 부동산 시장도 쇠퇴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2021년 현재 가계의 금융자산 중 현금과 예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54.2%로 전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높고, 주식 비율은 10.4%로 가장 낮다. 반면 미국은 현금과 예금 비율이 13.2%, 주식 비율이 58%다. 투자 전문매체 인베스토피디아는 “미국 베이비 붐 세대 은퇴가 가까워지면 주식을 매각하거나 보다 보수적인 투자로 전환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노년층의 증가가 일종의 ‘자산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믿는다. (보충 설명) 0. 고령화 사회 -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를 초과한 경우이다. 0. 고령 사회 -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초과한 경우이다.. 0. 초고령 사회 -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초과한 경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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