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추억 / 시 박정웅
청 보리 이삭 고개 쳐들면
꽃뱀이 그늘 깔고 누운
밭두렁에 흐드러지게 피어
시집간 사촌 누나 얼굴이
또렷이 박혀 있는 너.
네 곁에 앉아
꽃 축제에 흥 돋우던 가슴 흰 새.
어느 해 흉년
가슴 흰 새 앉던 자리에서
가녀린 꽃대 꺾어
가시 껍질 벗기고
따스한 가슴 열어
동내 꼬마들 입에
꽃대 순 넣어 주던
사촌 누나의 고운 손마디.
별 무더기로 하얗게 피어올라
오늘도 고향 밭가에서
꽃 향 피우면
여린 꽃대 꺾어 먹던
유년 속 삽화 얼굴들.
화석 되던 향수의 날개가
날아오르는 소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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