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수필, 문학 평론, 국어국문학 일반

찔레꽃 추억

신풍 2021. 11. 18. 16:50

찔레꽃 추억 / 시 박정웅 

청 보리 이삭 고개 쳐들면

꽃뱀이 그늘 깔고 누운

밭두렁에 흐드러지게 피어

시집간 사촌 누나 얼굴이

또렷이 박혀 있는 너.

네 곁에 앉아

꽃 축제에 흥 돋우던 가슴 흰 새.

어느 해 흉년

가슴 흰 새 앉던 자리에서

가녀린 꽃대 꺾어

가시 껍질 벗기고

따스한 가슴 열어

동내 꼬마들 입에

꽃대 순 넣어 주던

사촌 누나의 고운 손마디.

 

별 무더기로 하얗게 피어올라

오늘도 고향 밭가에서

꽃 향 피우면

여린 꽃대 꺾어 먹던

유년 속 삽화 얼굴들.

화석 되던 향수의 날개가

날아오르는 소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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