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 2주가 지난 24일 국내 유일의 ‘대심도 빗물터널’인 서울 양천구 신월 빗물터널을 찾았다. 3.6㎞ 길이 터널의 끝 부분에 있는 목동펌프장 지하 유수지에는 발목 높이로 물이 찰랑였다. 폭우로 지름 10m짜리 터널의 물이 가득 차면 이곳을 통해 안양천으로 물을 내보낸다. 지름 7.5m짜리 연결구를 통해 빗물터널 안을 내려다보니 아직도 진흙과 시커먼 빗물이 차 있었다. 강종구 양천구 배수시설팀장은 “서울에 시간당 1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진 지난 9일에는 빗물터널이 70%까지 찼다”며 “잠도 못 자고 시설을 지켰지만 덕분에 양천구가 큰 침수 피해 없이 지나가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0일 폭우 피해를 막기 위해 신월 빗물터널 같은 대심도 빗물터널을 상습 침수 지역 6곳에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10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2011년 7월 우면산 산사태 직후 강남역, 광화문 등 상습 침수 지역 7곳에 대심도 빗물터널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오 시장이 물러나고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뒤 이 계획은 대폭 수정돼 양천구 한 곳에만 대심도 터널을 만드는 것으로 바뀌었다. 당시 박원순 시장 측은 7곳에 대심도 터널을 짓는 것을 과도한 토건 사업으로 봤다. 이번 폭우 피해를 계기로 오 시장이 11년 전 대심도 터널 계획을 다시 추진하기로 하면서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지을지 주목된다.
◇지하 40~50m 깊이에 총 19㎞ 길이 빗물터널 6개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25일 “2011년 당시 세운 사업계획을 바탕으로 현장 조사를 해 올해 안으로 새 사업계획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가 입수한 2011년 당시 사업계획과 환경부가 23일 발표한 ‘도시침수 및 하천홍수 방지 대책’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강남역과 광화문, 도림천, 사당·이수, 용산 한강로, 강동구 길동 등 6곳에 대심도 빗물터널을 지을 예정이다. 모두 상습 침수 지역이다.

서울시는 이 중 강남역과 광화문, 도림천 등 3개 사업을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설계에 착수해 2027년 완공한다는 목표다. 지난 8~9일 폭우로 침수 피해가 특히 컸던 강남역 일대에는 3500억원을 들여 강남역~신사동~한강 구간 3.1㎞ 길이의 빗물터널을 만들 계획이다. 터널이 완공되면 저지대인 강남역 일대에 모인 빗물을 한강으로 뽑아낼 수 있게 된다. 강남역 일대는 지하 시설이 많아 복잡하지만 강남대로 아래에 40~50m 깊이로 뚫으면 문제가 없다는 게 서울시 판단이다.
광화문 일대는 종로구 효자동에서 청계천으로 3.2㎞ 길이의 지하 터널을 만드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광화문 일대는 인왕산과 북악산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이 집중돼 침수 피해를 자주 입는 지역이다. 구체적으로 2500억원을 들여 효자동 백운동천과 옥류동천으로 내려오는 하천의 물을 받아서 바로 청계천으로 흘려 보내주는 터널을 지을 계획이다.
도림천 사업은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공원 인근 도림천에서 여의도 샛강까지 3㎞ 물길을 내는 것이다. 동작구 장승배기역에서 샛강까지 2.2㎞ 구간에도 터널을 짓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3000억원을 들여 두 개 터널을 만들면 도림천과 대방천이 지나는 신림동, 신대방동, 대림동 일대의 침수 피해가 크게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은 2011년 집중호우로 3327가구가 침수됐고, 올해도 신림동 반지하 집에서 3명이 숨졌다.
◇사당·이수에는 차도 다닐 수 있는 복합터널로
이외 나머지 세 곳은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완공할 계획이다. 사당·이수 사업은 남태령에서 이수역을 거쳐 한강으로 지하 터널을 뚫을 계획이다. 저지대인 사당·이수도 강남역처럼 빗물이 모이는 ‘항아리 지형’이다. 사당·이수 사업은 민간투자(민자) 사업으로 추진 중인 복합터널 건설 프로젝트와 함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컨소시엄은 2017년 이 구간에 국내 최초로 지하도로와 빗물터널을 결합한 복합터널을 짓겠다는 제안서를 내 서울시와 협의 중이다. 과천~서울 간 교통 체증을 완화하기 위해 남태령에서 이수교차로까지 왕복 4차로 지하도로를 뚫으면서 그 밑에 빗물터널도 함께 짓는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복합터널은 시간당 최대 처리 용량이 부족해 추가로 저류 시설을 건설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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