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쌀의 시장 격리는 시대착오다
민주당이 의결한 양곡관리법
민생·약자 편이라는 이미지 연출하는 정치적 ‘묘수’
실제론 농민 피해 키우고 농업혁신 해치는 국가적 ‘패착’
당장 표 계산에 눈 멀었나

당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둘러싸고 정치판이 진흙탕으로 변한 와중에 민주당이 ‘민생 법안’ 하나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올 정기국회 최우선 입법 과제로 자체 선정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달 국회 유관 상임위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해당 법안을 단독 의결했다.
골자는 이렇다. 쌀 생산량이 예상의 3% 이상이 되거나 쌀값이 평년 대비 5% 이상 하락할 경우, 초과 생산량 전부를 정부가 무조건 사는 것이다. 또한 현행법이 추수철이 지나고 농민이 제시한 최저가 쌀을 구매토록 하는 데 비해, 개정안은 추수기에 시가(市價)로 쌀을 매입하게끔 변경했다. 현재 매년 20만t 이상의 쌀이 남아도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연평균 1조원 이상의 재정이 소요될 전망이다. 미곡 보관비가 매입비를 능가하여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비판은 차고 넘친다. 정부가 ‘묻지 마’ 구매를 약속한 터라 우선은 쌀의 과잉 생산이 가속화될 우려다. 그게 농민들의 ‘합리적’ 반응일 것이다. 농민들이 쌀 품질 고급화에 노력하기보다 생산량이 많은 작물을 선호할 개연성도 커진다. 정부의 쌀 자동 수매를 노려 쌀 이외 품종에 대한 재배 기피 현상도 예상된다. 이는 쌀의 잉여 생산 증가로 인한 가격 추가 하락으로 이어져 농민들의 피해가 가중될 수도 있다. 그 보완책으로 밀·콩·배추 등 다른 기초 농산물에 대한 국가수매제를 도입한다면 농업의 시장 기반 자체가 무너진다. 농업 관련 예산 전용 탓에 스마트팜 같은 각종 농업 선진화 정책도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적어도 정치적으로는 ‘묘수(妙手)’로 읽힌다. 너무나 ‘민주당답고’ 더없이 ‘이재명다운’ 행보다. 우선 그래도 민생은 챙긴다는 인상을 국민 앞에 연출한다. 식량주권을 거론해 정치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효과도 있다. 농민의 손을 들어줘 자신들이 사회적 약자 편이라는 점을 과시할 수도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 강행을 약속한 곳이 곡창(穀倉) 호남이었기에, 민주당의 정치적 안방을 관리하는 의미 또한 적지 않다. 게다가 설령 법안이 대통령 거부권에 막힌다고 해도 잃을 게 별로 없다. 정작 법률이 시행될 경우 예상되는 수많은 폐해의 책임 문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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