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 인송. 박정웅
경남, 전남북 한 자락씩 잡아당겨
힘차게 품어 안고
우람한 몸체 속의 수 많은 젖줄을
섬진강에 먹이며
등성이마다 주름치마 곱게 차려입고
그리움 토해내는 단풍 아가씨들
준봉 발아래서
일렁이는 망망대해가 깔린 운해(雲海)
사계절 설레는 삽화 펼친 일출, 일몰, 낙월.
그러나 미로에 미로 품은 겹산에
공비들 둥지 틀어
여순 반란, 6.25. 공비토벌로
군경, 공비 간 총부리 겨눈 끝에
젊은 피가 강물된 노고단과 피아골.
이제, 아프고 쓰라린 옛 상처는
세월 무게를 삼킨
두견새의 피울음 속에
새살이 돋아났고
호연지기 등에 멘 산악인들
속세를 누르고 피어 오른
천의무봉(天衣無縫) 운무 벗 삼아
전설의 옛 그림자 귀에 담으며
종주등반, 횡주등반으로
분주한 등산 장터가 열리고 있다.
겨레와 역사의 산 증인
너, 지리산아 !
통일의 그 날까지
두 번 다시 조국의 비극
되풀이 되지 않도록
너의 듬직한 모습 그대로
이 나라 이 민족을 지켜 주려무나.
(박정웅 시집. 지리산 눈꽃에 실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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